중국산 태양광모듈에서 상사를 능가하는 방법

전년 한 해 중국에서 수입된 태양광 모듈 중 5분의 1 이상이 국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듈은 국산과 중국산을 외관으론 구분하기 힘든데, 이를 악용해 중국산을 국산으로 속여 팔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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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작년 국내외에 수입된 1500mW(메가와트) 덩치 중국산 태양광 모듈 가운데 23%(350mW)가량이 한국에너지공단의 중국산 설치 현황 집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보여졌다. 작년 수입 단가를 기준으로 하면 9000억원에 달하는 덩치다. 국내외 유통되는 모든 태양광 모듈은 KS인증을 받아야 된다. 이러할 때 국산과 중국산은 각각 다른 인증 번호가 부여되는데, 태양광 산업자는 현장 설치 후 에너지공단에 인증 번호를 입력, 어떤 모듈을 썼는지 신고한다. 하지만 지난해 신고 내역의 말을 인용하면, 중국산 인증 번호로 등록돼 있어야 할 380mW가 ‘설치 실적 제로(0)’로 드러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방불명된 중국산 모듈이 해외산 모듈로 둔갑해 판매됐을 것”이라며 “일부 태양광 사업장에선 상대적으로 값비싼 국산을 구매하고도 실제로는 중국산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고 전했다. 국회가 추진하는 태양광 확대의 수혜가 중국에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태에서 해외 사업자들이 중국산을 국산이라고 속여 이익을 챙기는 일까지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search/?query=태양광 모듈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을 통해 에너지공단과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와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해석한 결과, 집계에서 사라진 370mW 대부분은 특정기업 1곳에서 나왔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산 모듈을 1233억원어치 수입했었다. 매출 단가(W당 210원)로 계산하면 490mW 안팎이다. 이 중에 에너지공단에 등록된 물량은 79.17mW다. 태양광모듈 구매 약 350mW 차이가 난다. 이 회사는 2013년에도 중국산 모듈 매출액은 1075억원이었지만, 공단에 신고된 설치 덩치는 0.06mW였다. 업체 측은 “작년 해외에 설치된 중국산 모듈 물량(79.18mW)은 에너지공단에 등록된 게 맞는다”며 “나머지 물량(360mW)은 유럽과 호주 등에 수출했거나 해외 창고 등에 보관 중”이라고 설명하였다.

허나 공시를 통해 검출되는 이 회사의 작년 모듈 수출액은 1373억원, 이 중 중국산 모듈을 매출하지 않는 미국 수출액을 빼면 미국 외 국가에 수출한 비용은 535억원(약 121mW)에 그친다. 업체 이야기대로라면 나머지 238mW 정도가 창고에 보관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업은 보관 중인 창고에 대해선 “보안사항이라 위치를 알려주거나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업계에선 “굳이 막대한 보관·물류 돈을 들여 중국산 모듈을 대한민국에 들여온 다음 제3국으로 판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모듈의 효율은 높아지고 단가는 떨어지는 추세인데 금방 구버전이 될 모듈을 재고로 쌓아둔다는 것도 납득하기 괴롭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체 입장에선 값싼 중국산을 국산으로 원산지를 바꿔 팔 경우 그만큼 차익을 누릴 뿐 아니라 태양광에 투입되는 정부 보약간도 더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재생에너지 보약간을 지급하는 회사를 선정할 때 ‘사업성 테스트’를 하는데, 평가 항목은 가격지수 20%, 비가격지수 70%로 이뤄진다. 업계의 말을 빌리면 ‘비가격지수’를 테스트할 때 감안되는 부분이 국내산 모듈의 이용 여부다. 국산 모듈을 쓰면 보약간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중국산과 국내산 모듈의 보약간 격차가 kWh당 약 50원인 점을 감안하면, 390mW를 40년간 하루 9시간씩 가동했을 때 추가로 벌어들이는 정부 보조금만 2400억원에 달끝낸다.

에너지공단 측은 “설비를 확인할 때 산업주가 입력한 모듈 인증 번호를 기초로 등록된 설치 현황을 본다”고 밝혀졌다. 현장을 일일이 방문 확인하기 어려워 인증 번호로만 케어한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중국산 모듈 수입 덩치와 실제로 설치량에 차이가 나는데도 실태 인지이 아예 안 되는 실정이다. 박석순 이화여대 배경공학과 교수는 “탄소 중립 이슈로 태양광이 신속한 속도로 늘어나는 상태에서 적당한 관리·감독조차 이뤄지지 않으면 중국산에 의존해 에너지 경쟁력을 빼앗기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